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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야기

한약이 효과가 있는가요? 혹시 플라시보 효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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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효과를 의심하는 환자분들은 진료할 때 뿐만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냉철한 과학을 신봉하시는 분들은 한약이 플라시보효과 이상의 어떤 작용을 하지 못한다고 냉정하게말씀하시기도 합니다.
한동안 과학의 길을 걸었던 저에게는 이러한 주장을 그냥 무시하고 한약이 효과가 있다는 주장만을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만약 한의사로서 제가 효과가 없는 약을 처방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일 것이고 한의사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니까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고 또 아직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약은 분명 효과를 가지고 있는 약입니다. 그리고 절대 플라시보효과는 아니라는 확신을 가집니다.

우선 가장 흔하게 일반 환자분들께서 접할 수 있는 한약이 소화제와 청심환인것 같으니 거기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한방소화제는 효과를 보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무방할듯 하지만 그래도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대부분 한의학적인 이론을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한약을 설명하지만 한의학적인 이론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화기능이 좋지 않을 때 가장 쉽게 사용하는 처방중의 하나가 평위산이라는 처방입니다. 
이 처방은 1회 복용량이 되는 1첩이 창출 7.5g 진피 5.25g 후박 3.75g 감초 2.25g 생강 3片 대추 3枚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제 이 처방에 대하여 과학적인 접근 방법이라 일컬어 지는 약리학적인 접근을 해 보려 합니다.
창출은 Atractyrodis Rhizoma라 하며 함유되 성분중에 Atractylon이 간독성 해독작용이 있고 Atractilenolide가 항염증작용을 합니다. B-Eudesmol과 Hinesol이 중추신경흥분작용을 억제하여 진정작용을 하며, B-Eudesmol은 H2 Receptor와 길항하고, Hinesol은 과도한 위산분비를 억제합니다. 또한 창출에는 비타민 A, D가 함유되어 있어 자양작용이 있으며 피부와 점막을 윤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소화액 분비능의 항진, 피부 탄력세포의 결합력 강화, 세뇨관 재흡수 억제와 같은 기능도 있습니다.
소화에 도움이 될거 같지 않나요?
진피는 Aurantii Nobilis Pericarpium으로 정유성분이 발한을 촉진하고 Esculetin이 담즙분비를 촉진하며 소화관의 Pace maker를 조절함으로써 소화관 운동능을 강화하여 가스배출을 촉진하고 Hesperidin, Naringin, Neohesperidin, Narirutin 등의 바이오 플라보노이드 물질이 모세혈관 탄력을 강화하여 미소출혈을 방지하고 항혈전작용을 하며 항바이러스 작용, 항산화작용을 합니다. 또한 Terpinen-4-ol은 진해작용, 거담작용, 진경작용, 진정작용, 해열작용, 항균작용을 합니다. Ferulic acid, 비타민 C가 들어 있어서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Osthol이 항혈전작용을 합니다. Hesperidin은 비만세포에서 화학물질의 유리를 억제하여 항알러지작용을 하고, 진경작용을 하여 소화관 평활근의 경련이나 심장질환으로 인한 흉통을 억제합니다.

다 하려니 한도 끝도 없을 듯 합니다. 이만하면 효과가 없을것 같아 보이지는 않죠?

그렇다면 이렇게 한약의 효능이 과학적으로도 쉽게 입증이 되는데 왜 한약이 효과가 없다는 말들을 하고 또 쉽게 듣게되는 것일까요?

소화같은 것은 어려운 병이 아니니까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그렇지 않고 어려운 병은 다를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청심환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흔히 놀라거나 중풍 초기, 중풍 전조증이 있을 때 청심환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놀라는 거야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지만 중풍은 좀 걱정스러운 질환이 되지 않을까요?

의사선생님들께서 자주 충고하시는 내용중에 중풍초기에 청심환을 복용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풍 환자분들은 청심환을 먹기 보다는 빨리 병원으로 가시라는 충고를 해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저 역시 이런 의사선생님들의 충고에 대부분 동의하는 편입니다. 한약은 정확한 진단에 의해 처방되어야할 약이기 때문에 함부로 쓰면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특히 중풍과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에는 더더욱 한의사선생님의 처방없이 한약을 복용하는 것은 삼가하셔야합니다.
사실 중풍환자분들이 모두 청심환을 복용하지 말아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식을 상실하였거나 연하장애가 동반된 경우에 억지로 청심환을 복용시키면 약이 기도로 유입되어 폐렴을 유발하거나 그로인해 사망하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롤 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선생님의 검진과 처방이 우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의사선생님들의 청심환에 대한 충고가 청심환의 효능에 대한 부정은 아닌 것입니다.

우황 청심환은 30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두 따져보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해보겠습니다. 당귀라는 약재가 들어가는데 학명은 Angelicae Gigantis Radix입니다. 당귀의 구성 성분중 정유성분은 혈관을 확장하여 혈압을 저하시키고 뇌혈류를 증진하며 말초혈관의 혈류를 원활히 함으로써 말초순환장애를 개선합니다. B-Sitosterol-O-Glucoside는 항염증작용이 있습니다. Fefulic acid는 진경작용과 평활근 이완작용 항혈전작용이 있습니다. Phosphatidylcholine이 항 고지혈 작용을 합니다.

중풍이라는 질환이 뇌혈관의 경색이나 출혈에 의한 질환임을 고려하면 당귀가 그러한 질환에 도움이 될것 같지 않습니까?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개별약물은 효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처방이 정말 효과를 내는지는 알수 없다거나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양약보다는 못하고 양방치료보다는 못하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저는 일면 동의하기도 하고 동의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아직 어떤 처방이 얼마만큼 큰 효과를 내고 어떤 양약이나 양방치료와 비교하여 효과가 더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믿을 만한 연구가 진행된바가 없기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힘들것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한약이 단지 플라시보에 지나지 않으며 전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비과학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라는 사실은 분명한것 같습니다.

한약 처방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현재로서는 지난 2000년 동안 우리 선조들이 기록하여 후손에게 남겨준 경험적 기록 외에 아직 이렇다할 과학적 자료들이 쌓여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과학의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요즘과 같이 과학적인 방법의 실험은 존재하지 않았었고 현재의 한의학은 법률적으로 과학적 장비를 사용하는 데에 제약이 많아 과학적 결과물을 내놓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신약이나 양방치료의 새로운 방법의 효과를 검증할 때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통해 얻어진 경험적 결과를 통해서 그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보면 2000년 동안 수없는 임상의 과정을 통하여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사용되어온 한약처방은 이미 그 자체로서 검증되어진 치료약이라는 것을  의심하기는 힘들어집니다.

우리 나라가 좀더 제도적으로 합리화 되어 한의학 영역에서도 좀더 과학적인 자료가 많이 쌓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더욱 많은 환자분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모든 환자분들이 쾌유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