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이야기

홍삼, 인삼, 산삼을 함부로 복용해도 안전할까요? 부작용은 없을 까요? 인삼이 안맞는 사람이 홍삼은 괜찮을까요?

진리는 나의 빛 2010. 8. 13. 14:31
오늘 국민일보 인터넷판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인삼을 매일 섭취하면 심혈관계에 부작용이 생길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약학과 정진효 교수의 인삼과 심혈관계질환에 대한 연구에서 발표된 내용인데 흰쥐를 대상으로 매일 인삼성분 'Rg3'를 20mg(체중 1kg당)씩 투여했더니 심혈관계의 이상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정도의 양은 60kg의 체중을 가진 성인으로 환산하면 'Rg3'1200mg에 해당하는 것으로 홍삼을 경구로 섭취하는 양으로 환산하면 'Rg3' 12g에 해당하고 이것을 홍삼으로 환산하면 홍삼 120~240kg에 해당합니다.

이 발표에 대해서 인삼공사 정관장이나 천지양인삼같은 건강기능식품업계에서는 실험에 문제가 있다는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사람은 홍삼을 이정도 복용하지 않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고 보통 홍삼 농축액 복용자가 최소 2년 동안 꾸준히 섭취해야 하는 분량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2008년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류재환 교수의 임상연구에서는 홍삼분말을 매일 흰쥐에 경구로 투여(1kg당 500mg)하고 대동맥 조직을 관찰한 결과 혈관내피와 평활근 세포가 잘 유지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기사를 보면 일반인분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환자의 건강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위해 진실이 쉽게 왜곡되고 있는 세태때문이겠지요.

사실 인삼의 효능은 비교적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인삼과 홍삼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여러 종류의 사포닌 성분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중요한 성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Rg3 역시 이런 사포닌 중의 하나로 홍삼류 특유성분으로 암세포 전이억제, 혈소판 응집억제 및 항혈전작용, 간상해 억제, 항암제내성억제, 혈관이완 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특히 이중에서 함암효과에 주목하여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암환자분들 역시 여기에 주목해서 홍삼을 섭취하시고 의사선생님들도 홍삼의 섭취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약을 전문으로 처방하는 한의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은 약간 곤혹스러운 상황임에 틀림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삼은 분명히 약이고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처방에 따라서 쓰여져야하기 때문입니다.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을 살펴보면서 왜 인삼을 조심해야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동의보감에 인삼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人參 性微溫(一云溫) 味甘(一云微苦) 無毒.(인삼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따뜻하다고도 한다] 맛은 달며[쓰다고도 한다] 독이 없다)


그리고 중간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人參動肺火. 凡吐血久嗽 面黑 氣實血虛 陰虛之人 勿用 代以沙參可也.(인삼은 폐화를 동하게 하니 피를 토하거나 오래도록 기침하는 사람, 얼굴이 검으면서 기가 실한 사람, 혈허나 음허한 사람에게는 쓰면 안된다. 이 때는 사삼으로 대용할 수 있다.)


人參 苦微溫 補五藏之陽. 沙參苦微寒 補五藏之陰也(丹心).(인삼은 쓰면서 약간 따뜻하여 오장의 양을 보하고, 사삼은 쓰면서 약간 차서 오장의 음을 보한다)(단심)


夏月少 使發心痃之患也(本草).(여름에는 조금만 써야한다. 많이 쓰면 심장이 당긴다.)(본초)


夏月多服 發心痃(丹心).(여름철에 많이 복용하면 심장이 당긴다)(단심)


이러한 내용은 한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인삼이 온성약물이므로 음기가 허하거나 양기가 실한 사람은 인삼이 잘 맞지 않는 것을 논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에게는 성질이 차가와서 음을 보하는 약인 사삼으로 대용하게 한 것이지요. 또한 여름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므로 온성약물인 인삼을 적게 써야하고 많이 쓸 경우 심장에 부담이 생긴다고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동의수세보원을 집필하여 사상체질의학의 시대를 연 이제마 선생님은 네가지 체질 중에서 양기가 부족한 소음인에게 적합한 약물로 인삼을 분류하셨습니다. 그리고 병이 있는 곳에 약을 쓰는 것이야 합당하겠지만 병이 없는 곳에 약을 쓰는 것은 쓰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씀하셔서 함부로 약을 써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경계하셨습니다.

물론 이러한 논술은 인삼에 대한 것이지 홍삼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홍삼관련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홍삼은 인삼과 다르고 위험하지 않아서 인삼이 안맞는 사람도 복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하십니다. 그래서 아무나 취급해도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근거로 사용하시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효능에 대한 주장을 펴실때는 인삼의 효능을 홍삼의 효능으로 이용하십니다.

이제 홍삼이 왜 인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홍삼은 말리지 않은 인삼을 약 95'C~98'C에서 3~4시간 찐 후 건조시키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삼에 들어 있지 않은 홍삼 특유의 성분이 생겨나게 됩니다. Rg3도 바로 이렇게 생성되는 물질 이지요. 이는 홍삼 제조 과정에서 인삼에 함유된 Ginsenoside가 부분적으로 구조가 변화되기 때문에 생성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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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렇게 제조된 홍삼은 인삼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그차이가 얼마나 큰 것일까요?

한의사들이 자주 처방하는 약재 중에 숙지황이라는 약재가 있습니다. 이 약재 역시 매우 중요한 보약재 중의 하나이지만 인삼에 비해서 처방이 좀더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일반인 분들이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 약재입니다.
숙지황은 생지황이라는 약재를 9번 찌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게 됩니다.

동의보감에는 생지황과 숙지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옵니다.

生地黃 性寒 味甘[一云苦] 無毒 解諸熱 破血 消瘀血 通利月水 主婦人崩中 血不止 及胎動下血 幷血 吐血 (생지황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쓰다고도 한다] 독이 없다. 모든 열을 풀고 굳은 피와 어혈을 깨뜨리며 월경을 통하게 한다. 부인이 붕루로 피가 멎지 않는 것, 태동으로 하혈하는 것, 코피와 토혈에 주로 쓴다.)

熟地黃 性溫 味甘微苦 無毒 大補血衰 善黑鬚髮 塡骨髓 長肌肉 助筋骨 補虛損 通血脈 益氣力 利耳目.(숙지황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면서 약간 쓰며 독이 없다. 혈이 쇠약한 것을 코게 보하고 수염과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골수를 채우고 살지게 하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허손을 보하며, 혈맥을 잘 통하게 하고 기력을 더하며, 눈과 귀를 밝게 한다.)

生地黃 損胃 胃氣弱者 不可久服. 熟地黃 泥膈 痰火盛者 亦不可 久服(正傳).(생지황은 위를 상하게 하니 위기가 약한 사람은 오래 먹으면 안 되고 숙지황은 가슴을 막히게 하니 담화가 성한 사람은 오래 먹으면 안 된다.)(정전)

이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생지황과 숙지황이 성질과 약효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질이 바뀌도록 하는 과정을 수치 혹은 법제라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약재의 성질을 바꿔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됩니다.

생지황이 처음에는 차가운 성질을 가진 혈약(血藥)이므로 혈분(血分)의 열이 있을 때 그 열을 다스리면서 보혈(補血)하는 약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생지황을 9번 쪄서 말리는 구증구폭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숙지황이 되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숙지황은 성질도 따듯한 약이 되어 혈(血)을 보하고 음(陰)을 보하는 약이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수치를 하여 성질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본성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생지황이 본성이 차가운 약이기 때문에 보(補)할 수 있는 힘이 약해서 온성을 가지도록 구증구폭을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가 차가운 사람이 오랫동안 복용할 수 있는 약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죠.

그래서 이제마선생님은 생지황 숙지황은 열이 많은 소양인의 약으로 분류해서 몸이 차가운 소음인들에게 쓰지 못하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삼을 쪄서 성질이 조금 변하였다고 해서 인삼을 소양인이 먹는 것이 안전할까요?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인삼과 홍삼은 본성이 같은 약이므로 소음인의 약이지 다른 체질에 해당하는 분들이 마음대로 장기복용해도 되는 약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앞서 서울대학교 교수님의 연구와 경희대학교 교수님의 연구의 차이가 나는 것은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렸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인삼과 홍삼을 어떤 체질의 사람이 복용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굳이 체질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동의보감에 명시된 것처럼 얼굴이 검고 기가 실한 열성(熱性)의 사람이라면 복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한약도 엄연한 약이기 때문에 잘못 복용했을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오랫동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인삼과 홍삼은 대표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는 약중의 하나입니다.
인삼과 홍삼의 오남용으로 인한 심장질환이나 고혈압증상 등과 같은 부작용을 피하려면 반드시 한의사분들의 진료를 받으시고 처방받아 복용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환자분들이 질병의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시기를 기원합니다.